[기고]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하자 2020.04.28 20:58

                                                                                                         조광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

우리나라 방송 역사에서 최장수 방영된 드라마는 단연코 ‘전원일기(田園日記)’다. 1980년부터 22년간 방영하면서 농촌 생활상을 한편의 희노애락(喜努哀樂)으로 구성해 큰 인기를 모았고, 지금도 재방송되며 진한 옛 농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나온 장면이 있다. 바로 4대로 이뤄진 가족 모두가 함께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거의 매회 등장하는 이 장면은 단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장면일 뿐인데, 지금은 어쩐지 너무도 낯설고 생소한 풍경이 돼버렸다.

돌이켜보면 지금 5~60대 이상 중년층에게 있어 가정교육의 시작과 끝은 밥상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아랫사람이 수저를 들 수 있었고,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반찬은 어른 누구라도 아이의 곁에 가져다주며 약자를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해왔다. 일상적인 밥상의 예절이 실은 산교육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유대인은 매주 금요일 저녁만큼은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가족의식’을 갖는다고 한다.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식사 시간을 가족의 전통과 공동체 의식을 전수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지혜를 일찍이 깨우친 것이다. 미국 명문가인 케네디가도 밥상머리 교육으로 유명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모친 로드여사는 저녁 식사를 아이들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만들었는데, 그녀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신문의 중요한 기사를 읽게 한 다음 식사시간에 토론하게 했다고 한다.

필자는 경기도의원이자 교육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자살과 자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교육청의 전향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여전히 아이들의 자살과 자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무서운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만큼 힘들고 외로운데 우리 교육환경은 여전히 아이들을 세심히 돌보지 못하고 있다. 정작 교육당국이 물리적인 교육환경 개선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학생들의 자살과 자해로, 그 주변인이 받는 충격 또한 상당히 크고, 또 일부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하게 되어 또 다른 자살 시도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우리 교육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에 대한 교육당국의 반성어린 성찰을 촉구하면서 필자는 가정에서의 밥상머리교육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미 여러 논문과 통계를 통해 밥상머리교육이 가족 간의 소통과 정서적 안정, 성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즉, 밥상머리교육은 ‘소통’이며 아이들과 같은 주제로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서로 둘러앉아 식사하는 것,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그리 쉽지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가 94.7%를 차지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성과위주로 포장했지만 실은 무관심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각급 학교가 개학을 늦추고 있고,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하고 있다. 부모 역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가족 간에 함께 있는 시간도 늘고 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가정폭력이 급증한다는 아이러니 한 이야기도 들린다. 그만큼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자녀와 마주앉아 정겹게 식사하며 밥상머리교육을 시작해 보는게 어떨까?